트럼프 “LA·샌디에이고 파괴”…캘리포니아 발칵
2026-10-07 14: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비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캘리포니아 정치권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왔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제한할 수 있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론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그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연료 가격 등이 높아진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를 감수할 만한 대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물가가 다소 높아졌다면서 세계와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도 있다”며 LA와 샌디에이고를 직접 거론했다. 두 도시가 공격받는 상황을 언급한 뒤에도 다시 작은 대가라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
발언 직후 캘리포니아 정치권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LA와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대도시로, 이번 발언은 지역 정치권뿐 아니라 두 도시의 시장들에게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별도의 영상에서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LA 출신인 알렉스 파디야 연방 상원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정헌법 25조를 거론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권한을 부통령 등에게 승계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권한을 넘기는 경우뿐 아니라 부통령과 내각의 일정 요건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의회에 전달하는 절차도 담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이 절차가 실제로 강제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의 시장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도시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 역시 샌디에이고를 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반응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짐 데스먼드는 미국의 어떤 도시도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 지역 공화당 후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도시 공격을 허용하거나 외국의 공격을 촉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않았다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논란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맥과 다르게 해석하면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연료 가격 상승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와 연료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의 경제적 부담은 미국과 세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논리를 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LA와 샌디에이고를 직접 거론한 정확한 의도는 발언 자체만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부 매체와 전문가들은 앞뒤 문맥을 종합하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않을 경우 미국 도시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정치권에서는 실제 미국 도시의 파괴 가능성을 ‘작은 대가’로 표현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안보 문제와도 연결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미국 본토의 대도시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당시 발언이 실제 정보에 근거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적 파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전쟁 비용, 연료 가격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캘리포니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지역 선거 이슈와 맞물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1년 1월 의회 폭동 사태 이후에도 해당 조항을 발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으며, 당시 하원에서 관련 결의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같은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에는 이란과의 전쟁과 미국 내 물가 상승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백악관은 발언의 취지를 해명했지만 캘리포니아 정치권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전쟁 관련 발언이 어떤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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