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맹타, KIA 반등 열쇠는 테이블세터

2026-08-04 22:27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이 팀 타선의 연결고리를 되살리기 위해 독특한 함구령을 내렸다. 최근 1번 타자 박재현이 생애 첫 시즌 100안타를 단 한 개 남겨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자, 동료 선수들에게 '아홉수'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 리드오프의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주어 정체된 공격력을 회복시키겠다는 사령탑의 절실한 의중이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박재현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으나, 시즌 99번째 안타를 신고한 이후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출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옆에서 100안타를 강조하며 장난을 치는 것이 오히려 박재현을 조급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1번 타자의 출루 여부가 팀 득점력과 직결되는 만큼, 그의 부활을 위해 팀 전체가 심리적 방어막을 쳐주기로 한 셈이다.

 


현재 KIA 타선은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의 가공할 화력 덕분에 중심 타선의 무게감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부상 복귀 후 카스트로는 4할이 넘는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몰아치며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3번 김도영과 5번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충분한 파괴력을 갖췄지만, 이들에게 기회를 연결해줄 테이블세터진의 부진이 이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특히 2번 타자 자리는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자원들의 체력 저하와 부진으로 인해 최근에는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좋았던 이호연과 오선우를 긴급 수혈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이 감독은 카스트로를 2번에 배치해 공격의 맥을 짚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중심 타선의 파괴력을 유지하기 위해 4번 배치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1, 2번 타자가 얼마나 밥상을 잘 차려주느냐가 KIA 타선의 폭발력을 결정짓는 열쇠다.

 


베테랑 김선빈의 복귀와 하주석의 안정적인 타격감은 타선 하위권에서 희망적인 신호로 읽힌다. 상위 타선에서 박재현만 살아난다면 김도영과 카스트로,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라인업이 대량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카스트로가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박재현의 100안타 달성과 출루율 회복은 KIA가 상위권 반등을 노리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선발 투수진의 난조로 5위까지 순위가 하락한 KIA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타선의 압도적인 화력 지원이다. 이범호 감독은 국내 타자들이 외국인 타자의 활약에 발맞춰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재현이 심리적 부담을 떨쳐내고 아홉수를 돌파하는 순간, KIA의 공격 야구는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타이거즈 타선의 완전체 결합이 임박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