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호남행, '인력 이탈' 비상
2026-06-24 21:51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인력 확보와 주민 갈등, 전력 수급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생산 기지를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생활 기반 상실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 역시 핵심 인재의 이탈 가능성과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이유로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 확보다. 업계에서는 '취업 남방 한계선은 평택, R&D는 판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통용된다.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교육과 의료, 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을 선호하면서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수도권에 마련한 주거지와 생활권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기업 입장에서도 핵심 인력을 강제로 전배했다가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발생하는 기술 유출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지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역 명문대와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파격적으로 확대해 해당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인재를 직접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 등 정주 여건 전반을 수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패키지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방 클러스터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협의와 주민 동의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반도체 공장은 적기 투자가 생명인데, 입지 선정부터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한국의 현실은 글로벌 경쟁에서 걸림돌이 된다. 과거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례에서 보듯, 방류수 처리나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민원 해결에만 5년 이상의 시간이 허비되곤 한다. 이는 공장 계획 발표 후 6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간 일본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 공장의 생명줄인 전력 인프라 역시 불안 요소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높지만,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반도체 팹의 특성상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는 수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안정적인 기저 부하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기업에 가해지는 '강제성'이 아닌, 인재와 자본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에 달려 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보조금 지원은 물론, 송전망과 용수 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하는 과감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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