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아베 사임, 이승엽 홀로서기 시험대

2026-05-27 18:07
 일본 프로야구의 자존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유례없는 풍파에 휩싸였다. 자녀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하면서 팀은 거대한 혼란에 빠졌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26일 아베 감독의 전격 사임 소식을 일제히 타전하며, 스타 출신 지도자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구단 역사에 남길 오점을 집중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감독 교체를 넘어 아베 감독 체제에서 영입된 코치진의 거취 문제로 번지며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시선이 쏠리는 대목은 올해부터 요미우리 1군 타격 파트를 맡고 있는 이승엽 코치의 행보다. 이승엽 코치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아베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 요미우리에 합류했다. 아베 감독은 현역 시절 동료였던 이승엽 코치의 성실함과 타격 이론을 높이 평가하며 구단에 직접 영입을 요청할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요미우리의 역대 70대 4번 타자라는 상징성을 가진 이승엽 코치에게 아베 감독은 든든한 버팀목이자 강력한 지지자였다.

 


하지만 자신을 불러준 수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이승엽 코치의 입지는 하루아침에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요미우리 구단은 당분간 하시가미 히데키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겨 팀을 추스르기로 했으나,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할 경우 코치진의 대대적인 개편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감독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합류한 외부 영입 인사인 만큼, 구단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 변화에 따라 이승엽 코치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요미우리의 성적 또한 이승엽 코치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요미우리는 센트럴리그 3위를 달리고 있지만 팀 타율은 리그 하위권인 0.227에 머물러 있다. 타격 부진의 화살이 타격 코치에게 향할 수 있는 시점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던 감독마저 사라진 셈이다. 이승엽 코치는 부임 당시 SNS를 통해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으나,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인해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하기도 전에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본 현지에서는 구단이 시즌 중반인 점을 고려해 당장 코치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감독의 사퇴 원인이 성적 부진이 아닌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요미우리 구단 입장에서도 팀 타격의 핵심을 맡고 있는 이승엽 코치를 성급히 교체하기보다는, 하시가미 대행 체제 아래서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 코치가 일본어 소통에 문제가 없고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빠르게 구축해왔다는 점도 잔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승엽 코치의 운명은 남은 시즌 동안 요미우리 타선이 보여줄 반등 여부에 달려 있다. 감독 부재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의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려 팀 성적을 유지시킨다면, 차기 감독 체제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도쿄돔의 영웅에서 지도자로 돌아온 이승엽 코치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아베 감독과 함께 짧은 동행을 마감하게 될지 한일 양국 야구계의 이목이 요미우리의 연습장으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