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개헌 시도 좌초, 12·3 계엄 교훈은 어디로?

2026-05-08 18:06
 대한민국 헌법의 틀을 새롭게 짜려던 39년 만의 시도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는 원만한 합의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오는 6월 3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개헌 시행 국민투표를 위한 모든 행정적, 법적 절차는 오늘을 기점으로 전면 중단되었다. 우 의장은 산회를 선언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닦으며 회의장을 빠져나가 현장의 긴박함을 더했다.

 

우 의장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비상계엄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고히 하려는 개헌안에 대해, 여당이 투표 불참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일관하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하려 했으나 물리적인 저지에 막혀 절차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정국 파행의 책임을 물었다.

 


청와대 역시 국회의 개헌안 처리 무산 소식에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유감을 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개헌안 처리가 끝내 무산된 점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청와대는 이번 개헌안이 단순히 문구를 수정하는 차원을 넘어,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명문화하는 중대한 과업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개헌안에는 지난 '12·3 불법계엄 사태'와 같은 헌정 유린 행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의 계엄 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청와대는 이러한 조치가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사명이었으며, 여야 간에도 큰 이견이 없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셈법에 의해 가로막힌 점을 지적했다. 국가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마저 거부한 여당의 행태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청와대는 비록 이번 본회의 처리는 무산되었지만, 시대적 과제인 개헌 논의 자체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극한의 대립과 정쟁을 멈추고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개헌은 반드시 완수되어야 할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후반기 국회에서 여야가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개헌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여야 관계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으며,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정국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날 선 공방과 함께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려던 개헌안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하게 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망감과 정치권을 향한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