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부터 '위키드'까지…올해 당신이 놓친 대작들

2025-12-30 17:11
2025년 한국 뮤지컬계는 그야말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는 단순히 'K-컬처'의 한 부분이 아닌, 'K-뮤지컬'이라는 독립적인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침체되었던 공연의 거리 대학로 역시 대극장 중심의 관람 문화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에 눈을 돌린 관객들로 인해 완연한 봄을 맞았다. 이러한 활기는 단순한 공연계의 부흥을 넘어 유튜브, 굿즈, 네컷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파생되며 뮤지컬을 모든 국민이 즐기는 친숙한 여가 생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은 티켓 판매액 약 2376억 원, 예매 수 약 400만 매를 기록하며 전체 공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공연 회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양적 팽창을 이뤘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관객 수는 이미 브로드웨이의 절반을 넘어섰고, 웨스트엔드의 45% 수준에 육박했다. 다만, 평균 14만 원대의 브로드웨이나 11만 원대의 웨스트엔드와 비교해 한국의 평균 티켓 가격은 약 6만 원 수준으로, 전체 판매액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 때문에 고가의 티켓 가격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많은 공연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어 정보 검색을 통해 '반값' 관람의 기회를 잡는 것도 가능해졌다.

 


관객층의 확대 역시 2025년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소극장에서는 특정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과 마니아층이 여전히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이들은 일반 관객보다 6배 이상 많은 부가 상품을 구매하며 산업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 뮤지컬은 더 이상 '뮤덕'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대중성을 앞세운 대극장에서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관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알라딘', '위키드' 같은 인기 라이선스 작품과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그리고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데이트나 효도 관람 수요를 이끌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흥행작의 풍년이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 서울 공연이었으며, 13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 오리지널 공연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팬텀', '지킬앤하이드', '물랑루즈', '데스노트', '맘마미아' 등 굵직한 작품들이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티켓팅 전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2026년 한국 뮤지컬계는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된 '한국뮤지컬어워즈'와 한국 뮤지컬 출범 60주년을 기념해 신설되는 '백상예술대상' 뮤지컬 부문은 K-뮤지컬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