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보이면 수갑, 공개하면 파행… 국감이 예능을 이겼다

2025-10-15 10:58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체포 과정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싶었다”고 규정하며 현 정부를 “비상식이 뉴노멀”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이틀 만에 석방된 그는 “면직 이틀 뒤, 정확히는 하루 만에 수갑을 채워 압송당한 건 상상 밖이었다”며 “권력이 주는 메시지는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조사 후 숨진 양평군 공무원 사례를 언급하며 “강압적 조사 환경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을 겨냥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저는 방통위 여름휴가를 절차대로 신청했는데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이 ‘재난 중 휴가 신청’이라며 반려했다고 브리핑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과방위 국감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욕설 문자 공개로 파행을 빚었다. 김 의원이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문자를 공개하자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보낸 걸 여기서 공개하나. 너 나가”라며 고성을 질렀다. 공개 화면에 박 의원의 전화번호까지 노출되자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이 좌표를 찍었을 것”이라며 반발했고, 최민희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지만 회의장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이 회의장에 전화를 하며 들어와 나가라 하자 욕하며 멱살을 잡았다. 다음 날 가족 관련 영상을 틀어 모욕감을 느껴 밤에 문자를 보냈고, 김 의원도 욕설로 답장했다”고 주장했다. 국감 재개 후 최 위원장이 박 의원 퇴장을 명령하자 국민의힘은 “응할 이유가 없다”며 버텼고 소란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개인정보 공개를 문제 삼아 형사 고발과 국회 윤리위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날 국감은 권력형 수사 공정성, 공직 윤리, 개인정보 보호와 품위 유지 의무 등 중대한 의제보다 정쟁과 막말이 의사 진행을 잠식했다. 핵심 증인 발언은 파편화됐고, 제도 개선 논의는 공회전에 그쳤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수사 절차 투명화, 증거기반 조사 원칙 강화, 개인정보 비공개 관행 확립 등 실질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