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16점 대방출! 피카소, 달리, 샤갈...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명작 퍼레이드

2025-09-30 18:27
 클로드 모네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인상주의의 정수이자 추상미술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연꽃 위로 비친 하늘 풍경과 녹색 버드나무 이파리,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연보랏빛이 어우러진 이 걸작은 많은 이들이 다시 만나고 싶어 했던 작품인데,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10월 2일부터 2027년 1월까지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전시를 열고 모네의 작품을 포함한 해외 명작 4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아이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가 100년이라는 제작 시기 차이를 보이는 점에서 착안해 전시명을 정했다. 연대기나 사조별 구분을 따르지 않고 작품을 주제와 시각적 요소에 따라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오롯이 마주하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넓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야. 김유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 공간을 '호기심의 방'이라고 부르며,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작품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의도했다고 설명했어.

 

이번 전시에서는 인상주의 거장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부터 입체주의의 파블로 피카소, 초현실주의의 살바도르 달리까지,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거장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개념 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미니멀리즘의 도널드 저드, 팝아트의 앤디 워홀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21년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후 소장품이 크게 늘어난 국립현대미술관이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 16점이 포함되어 있어 모네, 르누아르, 호안 미로, 피카소, 달리, 마르크 샤갈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들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는 화사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이 눈길을 사로잡고, 샤갈의 '결혼 꽃다발'은 푸른 배경에 붉은 꽃과 신랑 신부를 그려 넣어 몽환적이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람들을 풍만하게 묘사하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춤추는 사람들' 옆에는 니키 드 생팔의 거대한 조형물 '검은 나나'가 놓여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과거의 거장들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여 전시의 폭을 넓혔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 주자 쩡판즈, 독일의 안젤름 키퍼, 1세대 페미니즘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는 해골, 내장, 척추뼈 모형으로 샹들리에를 구성해 화려한 삶 이면에 숨겨진 어두움을 암시한다. 빛을 내는 대신 흡수하는 이 샹들리에는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죽음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를 풍자하는 상징인 꽃게까지 더해져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키퍼의 '멜랑콜리아'는 납을 부어 만든 거친 표면으로 독일 전후 개인과 시대의 우울을 물질적으로 표현했고, 척 클로즈가 전신 마비를 겪던 시기에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제작한 '알렉스-리덕션 판화'는 인물의 모공과 주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해 작가의 집념을 보여준다. 키키 스미스, 신디 셔먼 등 여성주의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한데,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크루거의 '모욕하라, 비난하라'는 눈에 바늘을 찌르기 직전의 모습을 통해 대중 매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시각적 폭력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품 물납제 도입 후 처음으로 물납된 쩡판즈의 초상화 두 점을 비롯해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 존 발데사리의 '음악' 등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 이후 대중에게 최초 공개하는 작품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작품 소장 비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연간 구입 예산 47억 원으로는 세계적인 명작들을 꾸준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해외 작품은 1043점으로 전체 소장품의 8.7%에 불과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인 595점이 기증된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이번 전시처럼 풍성한 해외 명작들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건희 컬렉션과 같은 개인의 통 큰 기증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물납제가 활성화되고 기증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인 수준의 컬렉션을 구축하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귀한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명작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 미술관의 미래와 컬렉션 확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