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 임시현, '이기야' 논란에 "일베 용어 몰랐다" 해명

2025-09-24 09:43
 양궁 국가대표 임시현(22·한국체대) 선수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사용한 '이기야' 표현으로 불거진 '일간베스트(일베) 논란'에 대해 4개월 만에 공식 사과하고 해명했다. 임 선수는 "경솔했던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마음 아파하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시현 선수는 자신의 SNS에 새로 받은 활 케이스 사진을 올리며 "블랙핑크(다) 이기야"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붉은색 무늬의 활 케이스와 함께 사용된 '이기야'라는 표현은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으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기야'는 본래 경상도 지역에서 '이것이야' 또는 '이 말이야'의 줄임말로 사용되는 사투리다. 그러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맥락에서 변질되어 사용되어 온 표현이다. 당시 6·3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임 선수는 논란 직후 해명하고 싶었으나, 대한양궁협회와의 신중한 상의 끝에 일단 대회 준비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후인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제가 일베요? '이기야'가 일베 용어라고요? 국어사전에 등록돼 있는 사투리가 언제부터 일베 용어가 됐나요?"라고 반문하며 '일베 회원'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어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베가 아니었기에 일베 용어인 줄 몰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임 선수는 단지 "경상도 사투리를 따라 했을 뿐이고, 새로 받은 활 케이스가 마음에 들어 덧붙인 말이었다"고 해명하며, 해당 표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했다. 임 선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말을 조심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경솔함을 인정했다. 또한 "인과응보가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조롱할 생각도, 마음도, 그러고 있을 시간도 없다"고 덧붙이며, 자신은 오직 국위를 선양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시현 선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여자 개인전, 단체전,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며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로 두 대회를 통틀어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추가하며 꾸준한 실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는 스타이기에, 이번 '이기야' 논란은 공인으로서 언어 사용의 중요성과 그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임 선수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이 대중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그가 다시 한번 양궁 여왕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