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폴란드와 '역대급 밀당' 끝에 8조8천억 '황금알' 품었다

2025-07-03 10:32
 방위사업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K2 전차 제작업체인 현대로템 간의 2차 이행계약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방산 역사상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며, 한국의 첨단 무기체계가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폴란드 측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되었으나, 업계에서는 K2 전차 180대 규모에 약 65억 달러(한화 약 8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체결된 1차 계약의 약 4조5천억 원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로, 단순히 물량 증가를 넘어 폴란드형 K2 전차(K2PL) 개발 및 현지 생산이라는 고부가가치 요소가 포함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되는 대형 방산 수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번 2차 계약의 핵심은 폴란드 현지 생산 비중의 대폭 확대다. 총 180대의 K2 전차 중 117대는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생산하여 폴란드에 인도하고,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방산업체인 PGZ가 현지에서 조립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폴란드 내에 K2 전차 생산 시설이 새롭게 구축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산업 육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방산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위사업청은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이 양국 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총괄 계약에 명시된 K2 전차 총 1천 대 물량에 대한 향후 후속 계약의 이행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폴란드는 2022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4종의 주요 무기체계에 대한 포괄적 합의 성격의 총괄 계약을 체결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후 K9 자주포와 천무에 대한 2차 이행계약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으며, K2 전차의 2차 계약은 폴란드 군의 요구 성능에 맞춘 K2PL 개발과 현지 생산이라는 복잡한 요소가 추가되면서 협상이 다소 길어졌다. 하지만 양국 정부와 기업의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계약이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발표한 '유럽 재무장 계획'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방산 협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한국의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유럽 역내의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안보 협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앞으로도 K2 전차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유럽 내 개별 국가들과의 협력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에서도 한국 방산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방위산업은 이번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